왜 그러느냐고? 어떤 예술가가 자기의 예술창조의 기조가 보수적이라고 얘기 하는 사람은 아마도 없지 않을까 싶다. 예술가는 무언가를 창조하는 사람들이다. 창조는 예술가에게 늘 새것 일 수 밖에 없다. 감상자의 입장에서 소재 혹은 주제가 과거 작품과 동일하게 느꼈다고 해당 작품을 보수적이라거나 표절이라는 식으로 매몰차게 말하기는 쉽지 않다. 과거 작품에서 모티프를 얻은 경우 일수록, 존경하는 작가의 작품 한 장면을 오마쥬 하면 할수록 이는 결국 과거 작품의 진보성을 반증 하는것이다. (과거 그 작품에 새롭고 놀라운 창조성이 없었다면, 아무도 모티프를 얻거나 오마쥬 하지 않을 것이므로..아마 과거 그 작품은 후대 들에의해 계속 진보 할것이다.)
예술작품은 완제품이 출시되는 순간 낡은 무엇이 되는 전자 제품이 아니다. 예술작품이 창조되는 과정을 보면 창작자의 머릿속에서는 늘 낡은 것이 밀려나고 새롭고 진보적인 생각들로 가득차게 마련이다. 예술 창작과정을 간단하게 표현해 보면 사색-배치-창조 라고 표현할 수 있겠다. 창작의 순간 앞뒤로 수많은 생각이 예술가들의 머릿속을 비집고 다닐것이고, 이때 예술가들의 철학이 주요한 거름망 역할을 할 것이다. 이것이 사색의 과정이다. 그리고 걸러진 무엇을 예술가 자신이 가진 매체와 독특한 표현방식을 통해 배치하게 될 것이다. 어떤이는 글자를 배열하기도 하고, 누구는 오선지에 음을 하나하나 기록하기도 한다. 이것이 배치다. 그리고 마지막 선택의 과정을 지나면 창조가 이루어진다. 하지만 창조했다 버리는 경우도 있으니 예술가는 이 세가지 사이클을 수시로 넘나들게 마련이다.
사색-배치-창조의 사이클은 예술가에 따라서는 수 만번을 순환하는 과정을 통해 작품으로 추출된다. 이 과정에서 낡은것을 밀어내는 힘이 나온다. 어쩌면 이 과정이 예술가들에게는 가장 고통스럽고 또 열정에 취하는 시점이 아닐까 싶다. 그 수만번의 사색과, 계산과, 지우기와 필터링을 통해 시작되는 그 첫 작업(첫번째 선택일수도 있다), 그것은 이미 그간의 모든 과정이 응축된 가장 고차원적이며 최고양질의 작업이 된다. 창작자의 그 첫 작업(그 첫 번째 스케치, 그 첫 번째 음, 그 첫 문장)은 이미 그에게는 대단히 새로운 것임과 동시에 병렬로 놓여져 있던 수많은 가능성들을 파괴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이제 그 첫 작업을 통해 그 작품의 운명은 어느 정도 정해질 것이며 그 작품이 창조되는 마지막 순간까지 첫 작업 영향력은 대단할 것이다. 얼마나 오랜 사색과 배치의 결과였겠는가.
이제 작품이 완성되고 후속작품을 창조하려할 때 작가는 과거에 작업 했던 것과 동일한 첫 작업은 피하려고 할 것이다. 그리고 좀 더 다른 접근방식이거나, 전혀 새로운 해석이거나, 설사 기존 방식과 동일하다 해도 예전에 접어 두었던 다른 가능성중 하나로 풀어가게 될 것이다. 이와 같은 순환의 과정을 이 세상 수많은 예술가는 오늘도 진행하고 있다. 또 이 과정이 몇세대를 지내고 나면 재료의 진보, 과학의 진보, 내용과 형식의 진보등을 통해 예술창조는 진정 진보되게 되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 예술가들의 머리 굴러가는 소리를 들어보라.. 진보하는 소리다.
“예술창조는 본성적으로 진보적이다.” 하지만 이 말은 모든 예술이 진보적이라는 말은 아니다. 예술이라는 녀석의 본래 갖고 태어난 천성이 진보적이라는 말일 뿐이다. 알다시피 천성대로만 살아지지 않으니 복잡하고 또한 재미있는 것이 예술인 것이다. (by 상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