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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음악은 진보적인가? 그렇다”

“민중가요는 진보적인가? 그렇다”

그러나 작품의 내용이 진보적 이념, 진보적 가치를 품고 있어 그러할 뿐이다. 하지만 노래는 가사의 내용만을 가지고는 너무 단편적이라 때에 따라서는 토론하기 매우 불편한 주제가 되기 쉽다. 특히 음악은 선율의 예술이라고도 하고, 가사와 선율의 조화를 중요시 여기며, 편곡이라는 멋드러진 옷을 입히는 과정, 그리고 그 음악을 소화해 내는 가수, 그리고 소리를 배합하는 믹싱과 최종 마스터링 과정의 총체적인 결정체이다.


예술형상에 있어 예술가들의 머리를 복잡하게 하는 명제는 역시 ‘무엇을 어떻게 형상할 것인가?’ 일 것이다. 이 질문을 통해 예술가는 창작의 쓴맛, 단맛을 다 보게 되며 좌절과 희열을 느끼기도 한다. 예술가로 살아가는 내내 끊임없이 받게 되는 질문이며 자기 요구이기도 하고, 자신의 존재 이유를 묻는 질문이기도 한 것이다. 어쩌면 작품의 내용을 중심에 놓고 작품을 바라 보는 것은 ‘무엇을 형상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답 성격을 가진다고 볼 수 있다.  예술이 부여받은 사회적 책무로서의 요구인 것이다. 우리 사회는 일제 식민지 시대를 지나왔고, 남북으로 갈라졌으며, 번뜩이는 군부의 총칼을 조심스럽게 곁눈질 하며 살아야 했다. 무엇을 형상함에 있어 조금이라도 사회 참여적 작품 활동 이었다면 결코 평범하지 않은 인생의 길을 걸어가야 했던 것이 당시 예술가들의 운명이라면 운명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 후대들은 어쩌면 그 선배들의 피와 땀으로 일궈진 신작로를 걸어갈 뿐이다.


역사는 진보한다는 명제가 진리이듯, 우리 사회는 진보했고, 논란이야 있겠지만 어느 정도의 민주화가 이루어진 것은 사실이다. 남북정상이 만나서 통일을 하자고 했고, 수많은 국민들이 환호했다. 그리고 지금 현 정권의 성공 여부를 따지기 이전에 주위를 둘러보면 사회 구석구석이 변화의 물결을 맞이했다. 덕분에 적과 아의 구분이 모호(^^)해지기도 했고, 민주화에 무임승차하는 수많은 인생들도 생겨났다. 그렇다고 예술의 사회적 참여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더욱 복잡해지고, 유연성을 요구하며, 더 정밀하고 세련되길 요구한다. 그리고 예술과 인간세계가 존재하는 한 계속해서 무엇을 형상할 것인지는 유효한 패러다임으로 존재한다. 게다가 사회가 이리 복잡해지는 까닭에 이제는 무엇을 형상할 것인지와 동시에 ‘어떻게 형상할 것인가?’라는 연이은 질문에 복잡한 머리를 쥐 뜯어야 함을 상기하게 된다. 사회적 실천의 구호도 ‘해야 한다’라는 외침형 구호로부터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물음에 해답을 제시해야하는 숙제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대중운동이 보다 더 대중운동 다워지기 위해 진보해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어떻게 형상할 것인가?’ 나는 이 질문을 통해 우리 음악이, 우리의 예술운동이 해결해야할 과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개인의 주장이라서 보편적이지 않다 할 수 있겠지만나는 예술창조는 본성적으로 진보적이라고 표현했다. 더군다나 진보적인 내용을 품고 있는 진보음악, 민중가요가 진보적이지 못할 이유는 더더욱 없을 것이다. 어떻게 형상할 것인가 에도 진보적인 생각이 녹여 나야한다. 내용이 진보적인 것으로 만족하는 시대는 사실 끝이 났다. 작품을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들에서 진보의 냄새가 나야한다. 가사 어휘를 선택하고 구성하는 것에서 부터, 선율을 그려내고, 소리를 내는 모든 것, 음반의 쟈켓부터 나의 노래를 들려줄 대중들의 폭과 넓이를 상상하고 계획하는 것, 그들에게 전달되어지는 모든 과정까지 과거보다 더욱 진보해야 한다. 운동이라면 그래야 하지 않는가. 때문에 나는 현재 우리 민중가요가 진보하고 있는지 자문해 볼 수밖에 없다. 어찌보면 내용적으로는 과격하고 형식적로는 고루할 뿐 아니라, 새로운 시도에 대해서는 또 놀라울 정도로 보수적인 것은 아닌가? 형상방법은 대체로 동일하며 가수들의 목소리와 무대에서의 행위는 또 지극히 천편일률적인 것은 아닌가? 정치적 구호에는 민감하게 가사로 풀어내지만 ‘문건’과 ‘가사’의 차이를 구분 못하고 형상화에 실패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우리의 민중가요는 진정 진보하고 있는 것인가?” 자꾸 되묻게 되는 것이다. 애써 아니라고 응답하더라도, 과거보다는 나아지지 않았느냐고 말해보아도, 혹시 내 의식의 한 귀퉁이 에서 그건 너무 억울한 변명이 아니냐는 울림이 느껴지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 보게 된다. 사회적 진보와 민중들의 의식발전, 그리고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이 땅의 문화 속에 우리의 노래에 속도를 붙이기에는 우리의 몸은 너무 무겁고, 너무 많은 옷을 껴입은 것은 아닌가 말이다.


우리 음악은 진보하고 있는가? (by 상구)

Posted by 울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