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도 새벽 12시 반경에 물대포를 쐈습니다.
삼청동 쪽이 훨씬 좋은 장비였죠...
그걸로 시민들을 확인하면서 쏘아대더군요.
되려 그 물대포를 맞았습니다.
이분이 지금 반 실명상태라는 군요...ㅠㅠ 쾌차를 빕니다.
아래 영상에서 1분쯤에 나옵니다.
3. 전경들의 수고와 아쉬움
최근 10여년간의 시위에서 특징은 시위대의 행진을 전경차로 막는다는겁니다.
주차기술이 아주 뛰어나죠.
아래 사진처럼요.
그러면 여지없이 그 전경차들엔 '이명박 out'이나 '연행자를 석방하라'는 피켓이 붙거나
각종 낙서들이 붙습니다.
그중에 재미났던 것은
"이명박은 군면제! 어청수 아들 군면제! 전경들아 불쌍하다!"
는 것이었습니다.
아뭏튼, 어제 전경들의 표정을 가까이에서 보니 아주 지쳐보였습니다.
하긴 정말 이렇게 새벽까지 시위가 되리라곤 누가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솔직히 8~90년대 시위이후로 가장 격렬한 싸움이 아닌가 생각되는 이런 시위에서
전경노릇 하기 쉽지 않겠지요.
피곤하고... 억울하고...
시민들도 이런점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효자동에서 싸울때 이런일이 있었습니다.
전경차위에서 몸싸움을 할때 아마 전경들도 쓰러졌던 모양입니다.
문제는 시민들쪽으로 쓰러진건데,
대오 중간에 있다보니 시민들이 전경 두명을 엎고 "의료진"을 외치면서 가는거였습니다.
그런데 인상적인 것은 시민들이 "때리지마"를 연호한다는 것입니다.
그들도 우리랑 다름없는 젊은이들일 뿐이라는 거지요.
참 인상적이고 좋았습니다.
그때만해도 태극기 흔들던 분이 잡혀가고 몇명은 물대포에 떨어져 내린 저도 다리가 후달리
분노가 머리끝에 서던 때였거든요.
그런데 저 위에 동영상을 보면 대략 20여초 쯤에 한 여학생이 전경 군화발에 맞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게 어제 이슈였다더군요.
방금 언론을 보니 서울대 국악과 학생이라는데, 머리가 붓고 어질어질 하다는군요.
별일 없어야할텐데...
아뭏튼, 전경들에게 아쉬운 점은 아무리 피곤하고 억울하더라도 시민들을 감정적으로 폭행하려 해서는 안된다는 겁니다.
물론 자신의 동료들도 쓰러지고 맞아서 이성을 잃을 순 있지만,
그런 와중에서도 "때리지마"를 외치며 병원으로 후송하는 시민정신을 공유해야한다고 생각합
다.
그리고 무엇보다 시민들이 무엇을 요구하는지 알아야합니다.
전경들을 못살게 구는 것이 지금 시민들의 요구가 아니라
청와대로 가서 '이명박에게 따지겠다'는게 시민들의 요구입니다.
물론 거기서 밀려나면 고참들에게 맞겠지만,
그렇다고 시민들을 향해 폭력을 행사해서는 절대 안됩니다.
전경들에게 드리는 조언은 "눈치보면서 적당히" 해달라는 것입니다.
힘든 일인줄 잘 알지만요...ㅠㅠ
4. 위대한 비폭력
효자동에서 시민들이 물대포에 맞고 떨어져 내리고 잡혀갈때였습니다.
누군가 옆에서 '이젠 화염병이 나와야 되는거 아녀?'라고 하더군요.
솔직히 저 또한 그 당시 심정에서 자연스레 그런 생각이 들긴했습니다.
더 솔직히 말하면 '생각'보다는 '분노'에 더 가깝겠지요.
손이 부르르 떨리는게 자연스레 쇠파이프와 화염병이 떠오르더군요.
저는 이게 8~90년대 관성이 아닐까 생각해봤습니다.
생각해보면 그 당시엔 페퍼에 백골단에 곤봉에 정말 무자비한 폭력이 난무했지요.
그들로부터 자신을 지키고 시위대를 지키고 행진을 하려면
짱돌과 화염병과 쇠파이프가 필요했지요.
하지만, 어느새 그것이 관성이 되어서
끝없이 시위대를 근질거리게 했고,
어떻게 보면 그런 관성이 '새로운 시위방법'을 찾지 못하고
시민들로부터 시위대를 괴리시켰는지 모릅니다.
이번 촛불시위는 그런 관성을 날려버린 위대한 싸움이라고 생각합니다.
시위를 놀이로 바꾸고 대동마당으로 바꾸어냈죠.
어제(6월 2일 새벽이 되겠네요)도 광화문에서 전경들의 삼면 포위작전으로 광화문을 뺏길때
제 주변 일부 사람들이 공사중이던 곳의 파이프를 들려고 하더군요.
저보다 나이가 어린 친구가 있기에 가만히 가서 손을 잡고
"이거 들면 안됩니다~" 라고 말해주었습니다.
놀라운건 시민들의 자정능력입니다.
일부 분노한 분들이 폭력적으로 나가려하면
아무리 격한 상황에서도 "비폭력"을 연호하면서 그런 시민들을 자제시킵니다.
정말 '인간성'의 가장 높은 단계를 보는 것만 같습니다.
5. 2008년의 짱돌,화염병,쇠파이프는 디지털
수없이 올라오는 영상들, 그리고 기사들, 사진들...
1인 방송에서부터 블로그들...
이것이야말로 이시대의 짱돌이요 화염병이요 쇠파이프라고 생각합니다.
시민들의 외침에 귀기울이지 않은 정권에게
시민들을 무자비하게 진압하는 정권에게 날리는
물'대포'보다 강한 파괴력을 가진 무기지요.
이런 위대한 힘을 스스로 찾고 실행에 옮기는 우리 시민들입니다.
놀라울 따름입니다.
이번에 군화발 영상도 누구는 영상을 면밀히 보면서 신원을 파악하려는 노력을 인터넷에 올
리더군요.
이제 권력은 예전처럼 '더러운 숨김'을 할 수가 없습니다.
지금의 시민들은 '디지털'로 꽁꽁 무장했지요.
네티즌이자 시민들이지요.
그래서 더더욱 시위현장에선 '비폭력'을 유지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어제 어떤 분은 시위대에 일부 프락치들이 있어서 일부러 시위를 과격시위로 몰고가려는 움
직임이 있다며 감시단을 띄워야하는게 아닌가 싶다고 말씀하시더군요.
일리가 있는 말씀입니다.
행여라도 폭력시위로 전화했다가는 더 많은 시민들이 참여하기가 어렵겠지요.
그러면 현재의 시민들의 요구를 관철하기 어렵겠지요.
토요일에 서울 10만명 운집이라는데,
시민들의 요구를 이루려면 최소 30만, 완벽하게 이루려면 100만의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야겠지요.
그 시민들이 함께 할 수 있는 싸움은 '비폭력 디지털 대동싸움'이 아닌가 싶습니다.
6. 촛불 놀이
요새 신종어 중에 '촛불투어'라는게 있더군요.
운동권 입장에서 보면 참 놀라운 발상이고, 전혀 생각치 못해본 '경솔하다'고까지 생각할 만
한 말이지만,
우리 시민들에겐 시위가 놀이인 모양입니다.
시위현장도 전혀 무겁지 않습니다.
물론 새벽이 되면 연행자가 속출하고 진압이 격해지면서
구호도 격해지고 시위대들도 화가 많이 나있지만, 그런 와중에서도
한쪽에서는 '두번째 달' 같은 분들이 공연을 하면서 '사랑으로' '아리랑' 심지어는 전경들을 향해서 '이등병의 편지'를 부릅니다.
경고방송을 내보내는 경찰측 여성에겐 "노래해"를 연호하지요.
물대포를 쏘면 "세탁비"를 연호하고
"샴푸"를 연호합니다. (문득 제가 쓴 노래 '8월처럼 산다'가 생각나는군요.ㅎㅎ)
아마도 이렇기 때문에 나이드신 분들도 나이 어린 친구들도
심지어는 히피머리를 한 젊은이들도
복장이 '불량해 보이는'(순전히 저의 자의적 판단...ㅋㅋㅋ) 젊은이들도 함께 하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어쩌면 그들이 하니깐 재미난 건지도 모르구요.
어제 밤(6월 1일 11시경)엔 광화문에 빼곡히 들어선 전경차들(위쪽 사진)을 밧줄로 끌어내는 일이 있었습니다.
무려 4대를 움직였는데,
수많은 사람들이 손을 보태서 영차영차 하면서 줄다리기를 했죠.
한 중년의 아저씨께서 지나시면서
"야 이거 이젠 줄다리기도 하는구만..."하면서
참 대단한 시위문화라고 웃으시더군요.
제가 들은 가장 재미난 구호는 "2메가를 포맷하라"였습니다.ㅎㅎㅎ
7. 배후
요즘 청와대와 한나라당은 도대체 촛불시위의 배후가 누군지 궁금한 모양입니다.
그래서 제보하려고합니다.ㅎ
그러니깐, 31일밤에서 6월 1일로 넘어가는 새벽 3시반경이었습니다.
20대 중반으로 보이는 젊은이 둘이서 봉지를 들고다니면서
"김밥이나 물 필요하신분 없나요?"하면서
열심히 분배를 하더군요.
양이 많아 보이진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거라도 자비로 사서 나누어주려고 하는 거지요.
사실 이런 모습은 아주 일반적입니다.
물대포에 맞은 사람들을 위해서 자신의 옷을 벗어주고,
자비로 물이나 쿠키 같은걸 사서 밤늦게 배고픈 이들을 허기를 달래고,
심지어는 담배까지 사서 뿌리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아뭏튼, 김밥이랑 물을 돌리던 한 청년이 소리높여 말했습니다.
"저희는 디씨에서 나왔습니다.
저희가 여러분들의 배후입니다.
많지않지만, 이거라도 드시고 힘내십시요.
힘내서 끝까지 싸워주십시요."
우뢰와 같은 박수를 보냈지요.
(디씨는 '디씨인사이드'의 준말인데, 홈피 이름이랍니다. 지난 2002년 대선, 2004년 탄핵촛불때 자발적인 활발한 활동을 벌였던 곳이지요.)
이거 혹시 청와대에서 '디씨'에 내사(내부수사)들어가는거 아닐랑가요?ㅎㅎㅎ
참 멋진 시민들입니다.
8. 당황한 청와대, 당황한 운동권
이번 시위로 청와대가 많이 당황해하지요.
'촛불을 누가 샀는지 궁금하다'는데, 그런걸 보면 세상 통 몰라서 당황하는거 같기도 하고 그렇습니다.ㅎㅎ
청와대보다 당황한건 운동권들인 것 같습니다.
소위 진보개혁진영은 대선과 총선을 거치면서 국민들의 뭇매를 맞았지요.
게다가 진보진영 또한 대안세력으로 인식되지 못했구요.
무엇보다 많은 진보개혁진영들이 '무력감'과 '패배주의'에 휩쌓여서
노선다툼이나 하는 경우가 속출했지요.
솔직히 저또한 일정한 무력감에서 벗어나기 힘들었습니다.
대선 전에
'강물처럼'이란 노래를 만들면서
일렁이는 강물 아래로 흐르는 민중들의 도도한 흐름은 여전할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역시
일정하게 무력했다는 것을 고백치 않을 수 없습니다.
이번 촛불시위는 청와대보다도 운동권들을 당황하게 했습니다.
여중생, 여고생들의 당돌하고 당당하고 너무도 정당한 발언들과 진출.
안단테와 같은 고등학생들의 서명제안.
청계천을 가득메운 시민들...
변하지 않는 청와대를 향해 행진하려는 시민들...
희망이지요.
그래서인지 시위 현장에 가보면 만나게 되는 아는 얼굴들은 좀 뒤쳐져 있습니다.
시민들이 하자는대로 따라가보자는 거지요.
즉, 그들에게서 배우자는 거지요.
그래서 저또한 요 몇일 생각이 많습니다.
민중문화란게 뭔지, '민중'이 뭔지... 이시대의 노래라는게 뭔지...
일단은 열심히 시민들의 행진을 뒤쫓아 다니면
'열심히 배울' 생각입니다.
그들의 당당함을
그들의 당돌함을
그들의 정담함을...
9. 수고하셨습니다.
어제 밤, 진압이 시작되자 제 옆에 있던 한 시민께서 이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광우병 쇠고기 먹지말자는데 왜 진압하고 지랄이야"
그 마음을 아직 청와대는 모르는 모양입니다.
전 어제 새벽 3시경에 나왔습니다.
집에서 인터넷을 켜보니 4시경에 진압이 시작되더군요...
남아있던 많은 분들께 죄스런 마음 전합니다.
시청 앞에서 택시를 탔는데, 내릴때까지 아무말 없던 기사아저씨가
"수고하셨습니다." 하시더군요...
눈물이 울컥 나올뻔 했습니다.
사실 시위현장을 떠날때 보면 여기저기서 촛불을 들고 집에 돌아가는 시민분들을 볼 수 있습니다.
서로 얼굴은 처음보는 사이이지만,
"수고하셨습니다"라고 헤어지는 인사말을 하거나
"내일 봅시다"라고 말합니다.
낯선사람들을 친하게 하는 촛불입니다.ㅎㅎ
10. 촛불시위는 야간대학
오늘은 날이 좋지 않네요.
하지만, 우천시에도 촛불시위는 강행한다는군요.
시청에서...
하긴, 물대포를 맞는거나 비를 맞는거나 다를바 없지요.ㅎㅎ
이제 시청으로 나가봐야겠습니다.
촛불시위는 제게 야간대학입니다. (_백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