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7일, 광화문 촛불 문화제에서 불렸던 '다시 광화문에서'라는 노래다. 당시 노래에 대한 반응은 꽤 뜨거웠다. 사람들은 '낯선' 노래가 품고 있는 수 많은 '촛불의 마음'에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그런데 이 노래를 부른 가수는 누구?
바로 노래패 '우리나라'다. 일반 시민에게 낯선 이름이지만, 알고보면 민중·재야 현장에서 섭외 1순위인 노래패다. '벗들이 있기에', '경의선 타고', '우리 하나 되어' 등 이들의 노래는 한국 현대사를 관통하며 우리 사회를 성찰하게 하는 힘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1999년 만들어져 그 동안 4장의 정규 앨범과 7장의 기획 음반을 발표하며, 대추리 등 우리 사회 곳곳의 '힘 없는' 사람들과 노래로 함께 해 온 우리나라는 한 동안 다소 '
'했다. 그리고 무려 5년 만에 들고 나온 5집 앨범은 '말랑말랑'해졌다. 11곡의 주제어도 '삶과 사랑'이다.
하지만 지난 1일 오후 서울 서교동에 위치한 '우리나라' 작업실에서 만난 우리나라 단원들은 '말랑말랑해졌다' 대신 "나이가 드는 것으로 봐달라"고 했다. '삶과 사랑'이야말로 "진지하지만 친근한 주제 아니냐"는 얘기였다.
'삶과 사랑'…"민중가요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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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자 씨는 이번 앨범에 대해 "한 노래패를 10년 가까이 하면서 멤버들끼리 함께 겪은 어려움 등 우리가 공유한 것을 표현한 것이고, 그런 것이 삶과 사랑이란 주제 속에 묻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프레시안 |
백자 씨는 이번 앨범을 놓고 "한 노래패를 10년 가까이 하면서 멤버들끼리 함께 겪은 어려움 등 우리가 공유한 것을 표현한 것이고, 그런 것이 삶과 사랑이란 주제 속에 묻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람들이 우리에게 거는 기대가 있다는 걸 안다. 그동안 큰 아픔이 있는 곳, 싸움 있는 곳에 같이 했으니까. 그래서 선곡 과정이 쉽지는 않았지만, 기존 음반에 비해서 그런 목소리가 많이 사라졌다고 하면 맞는 말일 수 있다.
이번 앨범은 지적한 대로 기존에 비하면 개인적 사색이 많이 들어가 있는 편이다. 물론 대중가요에 비하면 턱도 없지만. 어떤 이는 투쟁 현장에 대해 고민을 하다가 그냥 희망적으로 얼버무렸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가 내년이면 '우리나라'를 시작한 지 10년이다. 한 노래패를 10년 동안 하면서 그 사이 아픔이 많았다. 특히, 경제적인 어려움. 그런 것들을 함께 경험했다. 더욱이 모든 단원이 어느덧 30대가 됐다. 20대에 우리나라를 시작해 30대로 넘어오면서 생긴 고민이 버무러져 나온 것이라 보면 된다. 나이가 느껴지는 음반으로 봐 달라."
박일규 씨도 "삶과 사랑이란 주제가 운동과 동떨어진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광화문의 촛불에는 이미 '사랑'이 들어가 있다. 사람들은 자신과 자신의 아이, 가족, 나라를 사랑하기 때문에 정부가 부당하다는 것을 알았던 것이다. 최근 경찰 수사로 다시 이슈가 됐지만, 엄마들의 사랑을 감안해 보면 유모차를 끌고 나온 건 너무나 당연하다. 이렇게 보면 삶과 사랑, 모든 게 통해있지 않나.
우리들 음반을 직설적 화법으로만 이해한다면 이번 앨범이 이전과 다르다고 느낄 수 있겠지만, 이렇게 조금 더 깊은 소리에 귀 기울이면 결국 같은 맥락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결국 노래패 '우리나라'가 노래하는 '삶과 사랑'은 실은 '(운동 그리고) 삶과 사랑'인 셈이다. 이전까지의 앨범에는 없었던 괄호가 이제는 생긴 것일 뿐이다. 어쩌면 이번 앨범의 묘미는 노래 속 행간에 숨어 있는 그 의미들을 찾아보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아이를 낳으니까 확실히 노래 부를 때 감정이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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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번 트랙의 <사랑이지요>를 부른 보컬 박일규 씨는 "아이를 낳고 난 뒤 노래를 부를 때 감정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프레시안 |
앨범을 내지 않는 대신, 대학로 한 소극장과 일본 내 민족학교를 오가며 공연에 열중했던 지난 5년 사이 '우리나라' 단원 모두에게 큰 변화가 있었다. 어느덧 '미혼' 단원이 한 명도 없어졌고, 모든 단원이 아이의 엄마, 아빠가 됐다. 이번 앨범의 2번 트랙에 실린 <사랑이지요>는 그런 의미에서 돋보이는 곡이다.
"그댈 처음 만나 설레던 날들, 어쩔 줄 몰라 지새던 밤들, 이름 모를 별들에도 이름을 지어주던 그날들 정말 아름다웠죠. 사랑이지요, 그래요 사랑이에요. 세상 모든 것이 의미가 되는 사랑이지요. (…)"
이 곡의 작사를 맡은 백자 씨는 "아이의 잠든 모습 보면서 부모로서 새로운 세계를 만나는 것을 표현했다"며 "아이라는 존재가 음악 하는 데 많은 영향을 줬다"고 고백했다.
이 곡의 보컬은 지난 3월 한 아이의 엄마가 된 박일규 씨가 맡았다. 그는 "아이를 낳으니까 확실히 노래 부를 때 감정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처음에 이 곡을 나보고 부르라고 했을 때 당황했었다. 이제 갓 학교에 들어가 아무 것도 모르고 간신히 '앞으로 배워 나가야겠다'고 다짐하는 사람에게 학교를 졸업한 느낌으로 노래를 부르라고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내 아이를 처음 만났을 때의 느낌을 떠올리며 감정을 몰입할 수 있었다. 이 노래를 부르면서 아이에 대한 사랑이 더 깊어진 것 같다."
박 씨는 이 노래를 녹음하면서 유축을 위해 녹음을 중간 중간 멈출 수밖에 없었던 에피소드를 들려주기도 했다. 그렇게 고생하며 녹음한 음반을 그는 제일 먼저 아이에게 들려줬다. 아이는 그가 그렇게 고생해 부른 노래에 민감하게 반응했단다.
촛불…"앞으로 어떻게 노래해야 할지 알려준 위대한 축제의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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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이로웠다. 놀라웠다. 우리는 그동안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그런 힘을 만들어 보자는 메시지를 가지고 노래했었다. 그러나 그 힘은 우리의 힘으로 시작되지 않았다." 이광석 씨의 말이다. ⓒ프레시안 |
4번 트랙에 실린 <다시 광화문에서>는 '우리나라'가 지난 7월 인터넷을 통해 발표했던 싱글 앨범에 수록됐던 곡이었다. 사실 이 노래는 지난 2002년 미군 장갑차에 깔려 숨진 효순이 미선이를 위한 촛불 집회를 보고 만든 곡이다.
이 노래를 작사·작곡한 이광석 씨는 올해 봄, 다시 타오른 거대한 촛불을 보며 다시 이 노래를 손질해 세상에 내놓았다. '우리나라'에게 이번 촛불은 어떤 의미였을까?
"경이로웠다. 놀라웠다. 우리는 그동안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그런 힘을 만들어 보자는 메시지를 가지고 노래했었다. 그러나 그 힘은 우리의 힘으로 시작되지 않았다.
오랫동안 운동을 해 왔던 우리보다 시민들이 끈질기고, 간고하고, 정말 사랑하고 있다고 밖에 표현할 수 없었다. 그것이 그 거대한 힘을 만들어 낸 것이다. 사랑만으로 저렇게 자기 실천을 보여줄 수 있구나를 보여줬던 위대한 축제의 장이었다."
이광석 씨의 말이다. 그는 또 "광화문의 촛불에서 새로운 문화를 봤다"고 했다. "그동안 '우리나라'도 미처 보여주지 못했던 문화를 사람들이 스스로 드러내고 나누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전까지는 노래를 만들고, 부르면서도 그 속에 우리의 목소리만 있었던 것 같다. 노래가 설명조였다. 그러나 촛불을 통해 시민 각자의 문화와 느낌을 대변해 줄 수 있고, 살려낼 수 있는 노래가 많아져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우리는 그것을 어떻게 녹여낼 수 있을까.
또 광화문에 모인 사람들은 직업, 연령, 종교 등 많은 것들이 다양했다. 그런 사람들이 함께한 자리에서 그들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노래가 없었다. '헌법 제1조'만 끝없이 불렸다. 그 노래는 명료했다. 하지만 수 많은 사람들이 그 노래를 함께 불렀다. 왜 그런 것일까? 광화문의 촛불은 우리에게 이런 고민을 남겼다. 남은 실험은 우리 몫이다."
노래패에 9년이란 세월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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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선희 씨는 "대학 시절 모두 노래패를 했던 단원들이 사회에 나와서도 계속 노래를 하고 싶다는 욕심, 그것이 '우리나라'의 첫 마음이었다"고 설명했다. ⓒ프레시안 |
내년이면 '우리나라'는 10년이 된다. "강산도 변한다"는 그 긴 세월 동안 '우리나라'를 처음 시작할 때와 지금의 마음은 다른 것이 있을까?
한선희 씨는 "대학 시절 모두 노래패를 했던 단원들이 사회에 나와서도 계속 노래를 하고 싶다는 욕심, 그것이 '우리나라'의 첫 마음이었다"고 설명했다.
'노래로 과연 먹고 살 수 있을까?' 주변의 걱정만큼이나 본인들에게도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어쩌면 "우리 모두 끝까지 살아남는 사람이 되자"던 처음의 다짐은 그런 시선에 대한 '오기'이기도 했다.
그런데 바로 그 결심이 어려울 때마다 다시 다잡아 주는 끈이 됐다고 했다. 첫 단원들이 그대로 9년째 함께 노래를 하고 있는 것은 바로 그 힘 때문이다.
10년 세월에 대해 얘기하면서 '우리나라' 단원은 모두 숙연해졌다.
이광석 씨는 "대학 땐 목적이 중요했고 시대 상황을 이겨내려는 의지에 얽매여 노래를 불렀다면, 지금은 사람과 사랑이 노래 속에 녹아드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그것이 '우리나라'가 앞으로 10년을 2~3번 지날 때까지 갈 수 있는 힘일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이 말에 모두 갑자기 모두 웃으며 "와"하고 박수를 친다.
"2008년 들어 최고 멋진 말 했네."
'우리나라'가 이 땅의 모든 사람들에게 주는 뽀뽀
서서히 인터뷰를 마무리할 시간, 기자는 끝내 참았던 질문을 던졌다.
"'우리나라' 활동을 하면서 먹고살 만하긴 한가? 사람들이 많이들 궁금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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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붉은 색 입술들이 인상적인 다소 '섹시한' 앨범 쟈켓. ⓒ프레시안 |
백자 씨가 우문에 현답을 했다.
"자꾸 뭐 먹고 사냐고 묻는데, 어제 아침에 먹은 이슬, 오늘 또 처음처럼 먹는다. 됐나?"
또 한 번 한바탕 웃음이 쏟아진다. 그 끝에 한선희 씨가 "최근 월급제로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물론 올해 법정 최저임금 78만원에는 훨씬 못 미치고 그마저도 '체불'될 때가 있다지만.
끝으로 붉은 색 입술들이 인상적인 다소 '섹시한' 앨범 쟈켓 얘기를 꺼냈다. 백자 씨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별 생각 없이 정한 쟈켓인데 사람들이 이런 저런 의미를 부여해주더라. 여러 사람이 불러서 하나의 목소리 만들어내는 코러스적인 대합창의 의미가 아닐까. 나는 이 앨범은 '우리나라'가 이 땅의 모든 사람들에게 주는 키스라고 말하고 싶다. 좋잖아, 뽀뽀."
'우리나라'는 오는 18일 홍대 '롤링홀'에서 5집 발매 기념 콘서트를 갖는다. 오후 4시와 7시, 2회 공연이다. 티켓 예매는 '우리나라' 홈페이지(☞
바로 가기, 문의 02-333-5905)에서 할 수 있다.
인터넷 예매 시 3만 원, 현장 구매 시 3만5000원인 한 장의 티켓을 들고 '우리나라'가 전하는 '뽀뽀'를 받으러 나가보는 건 어떨까? '삶과 사랑'이라는 영원한 인생의 '화두'에 대해서도 함께 나누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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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나라'는 오는 18일 홍대 '롤링홀'에서 5집 발매 기념 콘서트를 갖는다. 오후 4시와 7시, 2회 공연이다. 티켓 예매는 '우리나라' 홈페이지(☞바로 가기, 문의 02-333-5905)에서 할 수 있다. ⓒ프레시안 |